서검사가 왜 이럴까 + 힘든 하루였다. 형사부 검사들을 지게꾼*으로 부른다더니, 첫출근과 함께 그들의 고단함이 온 몸으로 옮겨 붙은 느낌이라 동훈은 뿌듯하기도 고단하기도 했다. 첫날이라 정시퇴근 시켜주는 거라고 하셨지. 동훈이 점심을 먹으러 갈 때도 샌드위치를 먹으며 서류를 보고 있던 동훈의 사수는 6시 땡 치자마자 그를 퇴근 시키면서 내일은 더 빡셀 거라...
서율의 사고 소식을 들은 건 일주일 전이었다. 은근히 그의 복직을 기다리던 연상의 후배는 서율이 끝내 TQ그룹의 CFO가 되었다는 사실에 조금 상심한 듯 보였으나 늘 그랬듯 그를 응원했다. 선배라면 모든 잘해낼 거라며. 대신 나쁜 길은 안된다고 열렬히 성토했다. 또 그러면 자기가 선배를 잡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후배님이 날 잡으려면 백년은 이르지. 서율의 ...
일주일째다. CFO로 복귀한 서율의 정장이 무채색으로 물든지 일주일째였다. 검사 시절이 떠오른다며 CFO 면접날을 제외하고는 늘 화려한 정장을 입던 서율의 변화에 TQ 그룹이 가라앉은 것도 딱 그만큼이다. 심지어 오늘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정으로 차려입는 바람에 서율과 연차가 꽤 된 직원들도 출근길에 저승사자를 만난 기분이라며 울상을 지을 정도였다. 처음부...
서검사가 왜 이럴까 上 한동훈은 1학년* 검사다. 연수원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그는 서울서부지방검찰청 형사 3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어색한 미소로 들어섰던 사무실에서 얼굴도 보이지 않는 거대한 서류의 산속에서 들리는 목소리로 선배 검사와 첫인사를 나눈 후 동산 정도의 서류를 받았을 때, 동훈은 ‘대한민국 검사는 첫날부터 빡세구나.’ 하며 납득했다...
방울진 눈물을 흘려보내며 제 할말을 끝낸 동훈이 다시 잠든 후에도 서율은 주차장을 떠날 생각도 못하고 그대로 굳어있었다. 선자리 권유라니. 자기가 잘났다고는 생각도 못하고 매번 서율한테 자기가 모자르다고 생각하는 동훈이니 어던 생각의 흐름을 거쳤을지가 뻔해서 서율은 눈썹을 문지르며 고민했다. 저 몰래 선자리를 나갈 인물은 아닌데다, 저랑 연애하는 걸로 보이...
* 이야기의 시작은 두 사람의 연애가 막 6개월에 접어들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여곡절 끝에 시작된 연애는 한동훈이 처음이라 서툰 서율과 이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연애에 어색한 한동훈이 만나서 이루어진 만큼 다른 평범한 커플들과 다소 다른 궤도로 흘러갔다. 모든 커플이 비슷한 연애를 하는게 아니란 걸 동훈도 잘 알았다. 동성과의 연애는 처음이라, 자신이 ...
한동훈은 천성이 다정했다. 덕분에 그는 삼수를 하고도 아무런 위화감 없이 동기들에게 섞이다 못해 중심이 되기도 했고 모두가 어려워하는 다섯 살 어린 선배의 선 안으로 성큼 들어갈 힘이 되기도 했다. 사랑이 넘치는 부모님 아래서 자라 누구보다 올곧고 바르게 자란 그는 사랑을 주고받을 때도 그랬다. 표현하는데 망설임도 아끼는 법도 없었다. 서로서로 사랑하는 걸...
서율은 천성이 무뚝뚝했다. 타고난 똑똑함 때문인지 그도 아니면 아버지를 쏙 빼닮아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어린 시절에도 넘어졌다고 울거나 무서운 꿈을 꿨다고 부모님 방으로 찾아가는 법이 없었다. 그런 저의 선천적인 성격이 불편하다고 여긴 적 없이 무던히 자라나 마침내 저보다 나이가 많아도 무능하면 반말하고 개기는 것들은 밟아가며 살아남아 지금의 성격을 갖...
“그게…. 오늘이 성년의 날이라고 하길래.” 성년의 날에는 장미꽃이. 하고 이어지던 동훈의 변명은 서율의 품에 안긴 장미 꽃다발을 발견하는 순간 멈췄다. “어? 선배 그거!” “이거?” 품 안에 장미꽃을 들어 보이는 서율의 태연한 태도에 동훈은 왠지 서러워지는 느낌에 입을 꾹 다물었다. 물론 두 사람은 아무 사이도 아니고 서율은 오늘이 성년의 날인지도 모르...
매 순간 눈물짓는 울보 황자지만 그래도 황자라고 동훈은 마지막으로 바다를 찾았던 날 이후 은밀하게 힘을 키우기 시작했다. 숙부의 영지에서 기사들과 떠돌이 용병들을 모아 해군을 창설하기 위한 초석을 닦는 게 시작이었다. 그를 황제로 키우지 않기 위해 최소한의 교육도 하지 않은 아비의 시선을 피해 읽은 수많은 서적이 도움이 되었다. 결계가 없는 나라들은 자신들...
“미치겠다.” 밤을 새워 퀭한 눈으로 침대에 앉은 동훈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이었다. 기운이 잔뜩 빠진 목소리로 미치겠다고 중얼거리면서도 동훈의 시선은 제 손바닥을 가득 채운 상자를 떠나지 못했다. 선배는 과연 오늘이 어떤 날인지 알고는 있는지. 만약 알고 있다면 자기가 선물을 줘도 되는지. 한 달 전, 우연히 성년의 날을 떠올린 때부터 고민하고 고민하며 끝...
* 일주일 전 서울대학교 법학관 복도 “동훈 오빠!” 성년의 날을 앞두고 설렘을 감추지 못한 신입생들의 바쁜 걸음이 이어지고 있는 쉬는 시간의 복도를 가로지르는 큰 소리에 복도에 있던 이들의 시선이 모두 집중되었다. 갑작스러운 부름과 함께 찾아온 시선에 당혹스러워하는 동훈이 보이지 않는지 온 사람들의 시선과 함께 찾아온 신입생은 당당하게 입을 열었다.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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